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폐기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도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핵 신고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사일 폐기에 따른 상응 조치 주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기조와는 온도차가 있다. 핵 담판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비핵화 로드맵을 공개한 것은 미국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상실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동맹의 또 다른 한 축인 일본과의 외교갈등은 역사 문제까지 얽히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정치쟁점화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일본은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측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미일 공조체제는 자연스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외교갈등을 자신의 국내 정치에 활용하며 ‘코리아 패싱’ 외교를 노골화하고 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다음에는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며 북한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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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이 북중러와 한미일 대립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에만 집중하면 외교적 고립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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