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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아현2구역 철거민 영결식…“다음 생엔 행복해야 한다”

강제철거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박준경 씨 영결식이 1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현장 앞에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강제철거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준경 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아현2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현장 앞에서 박준경 씨의 영결식을 열었다.

영결식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쳐다보던 박씨는 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하기 위해 영정 사진 앞으로 나온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박씨는 “준경아. 부디 강제집행 없고 따뜻한 곳으로 가.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행복해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사회와 법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을 누가 못하게 했는가”라면서 “강제적으로 내쫓지는 말아야 한다. 한겨울에 짐승도 내쫓으면 동물 학대라고 한다”고 분노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소속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씨가 오열할 때는 몇몇 참석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박준경 열사는 3번이나 강제집행을 당해 쫓겨났다”며 “구청, 경찰이 얼마나 야속하고 미웠겠는가. 가진 자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세상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건설은 가진 자 중심이 아닌 개발 지역에 사는 주민이 중심이 돼 이뤄져야 한다”며 “가난한 자가 쫓겨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동신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이 진행됐다. 박준경 씨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곧장 영결식이 열리는 아현2구역으로 향했다.

운구차가 철거현장에 도착하자 전철연 소속 100여명은 박준경씨가 강제집행을 당하기 전 살았던 집 앞에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운구차도 집 앞에 멈춰섰다.

모친 박씨는 집 앞에서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라고 오열하며 10여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차는 화장을 위해 벽제 화장터로 출발했다. 고인은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재건축구역 월세 세입자였던 박준경 씨와 어머니는 지난해 9월 집에서 강제로 퇴거당했다. 석달간 빈집을 전전하던 박준경 씨는 지난해 12월 4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영결식은 10일 철거민 측과 재개발 조합이 수습 대책을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조합은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대책위는 서울시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조합과 철거민 측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박씨가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장례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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