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와 육아휴직 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삶과 일의 균형)’을 찾아 대형 법률회사(로펌)가 아닌 군법무관·사내변호사·공공기관 등에 지원하는 변호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식재산권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변리사 학원에 등록해 특허 공부를 하는 등 개업을 앞두고 차별화된 전문지식을 쌓는 변호사들도 많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연수원·로스쿨 졸업자 대상 장기군법무관 임용시험 합격자 22명 중 여성은 12명으로 절반을 웃돈다. 여전히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법조계에서는 여성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군법무관 지원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임관한 장기군법무관 22명 중 여성 합격자는 15명으로 비율로만 보면 68.1%에 달한다. 2015년 30.4%에 불과했던 여성 군법무관 임관 비율은 2016년 43.3%를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장기군법무관은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데다 대위 연봉에 법무관 수당(기본 연봉의 40%)과 직책수당·성과급 등을 추가로 받아 처우가 중소형 로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육아를 위한 탄력적 근무시간제 활용도 자유로우며 보육시설이 마련돼 있는 곳도 많다.
관련기사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내변호사도 많아졌다. 한국사내변호사회는 2011년 창립된 후 8년 만에 총회원 수가 1,800명에 육박한다. 대형 로펌에 입사하지 못할 바에야 대기업에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많아서다. 현대자동차 사내변호사로 입사한 고려대 로스쿨 출신 임한영(35·가명)씨는 “대형 로펌이 아닌 곳은 초임 월급 실수령액이 400만~500만원인 곳도 있다”며 “성과급과 변호사 수당 등을 따져보면 일반 기업 법무팀 등에 입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법리 검토나 서면 작업 등 노동 강도가 로펌보다 상대적으로 세지 않고 법무팀이 아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사내변호사의 장점으로 꼽힌다.
개업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지식재산권·블록체인·정보기술·부동산 등 전문 분야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쌓기도 한다. KAIST 지식재산권 석사과정 1기 출신인 개업 변호사 박성한(43·가명)씨는 변리사 학원을 다니며 특허권도 깊게 공부했다. 박 변호사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도 법조계에는 학벌 풍토가 남아 있어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오롯이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진로 고민을 하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선거법이나 미디어법·자율주행기술 등 블루오션 분야 대학원 진학과 전문 분야 자격증 취득을 권한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