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최고의 발견 황의조(27·감바 오사카)냐, 14억 중국인의 꿈을 짊어진 ‘차이나 메시’ 우레이(28·상하이 상강)냐.
59년 만의 아시아 정복을 노리는 한국과 2회 연속 8강 진출 이상에 도전하는 중국이 오는 16일 오후10시30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서다.
한국과 중국은 나란히 2전 전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두 팀 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마냥 힘을 빼고 나갈 수 없는 한판이다. 한국은 역대 중국과의 A매치에서 18승13무2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17년 12월 일본에서 치른 동아시안컵. 김신욱과 이재성이 득점해 2대2로 비겼다. 그전 경기인 2017년 3월 중국 창사에서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0대1로 한국이 졌다. 위다바오가 동아시안컵 후반 동점골과 최종 예선 결승골을 모두 넣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2경기 2골로 맹활약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경기만 따지면 한국은 중국과 2승2무2패로 팽팽하다. 역대 두 번의 패배가 모두 2010년 이후에 나왔다.
2007년과 2011년 아시안컵에서 내리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던 중국은 2015년에는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다. 당시는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바로 8강이었다. 24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이후 16강-8강으로 이어진다. 이탈리아 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이번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이라크에 1대2로 지고 요르단과 1대1로 비기는 등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1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2대1로 겨우 이길 때까지도 불안했으나 지난 12일 끝난 필리핀과의 2차전에서 3대0으로 완승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필리핀은 한국이 1대0으로 힘겹게 이긴 팀이다. 중국은 한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경우 자국에서 준우승했던 2004년의 기억을 끄집어낼 것이다.
중국의 희망은 우레이다. 필리핀전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로 전반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코너킥 상황에서는 정확한 타이밍의 발리 슈팅으로 2대0을 만들었다. 세 번째 골은 위다바오가 넣었다. 우레이는 지난달 영국 매체 월드사커 선정 올해의 선수 26위에 오른 공격수다. 손흥민(42위·토트넘)보다 순위가 높아 조사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국내 팬들이 많았다. 14세에 프로에 데뷔한 우레이는 중국 슈퍼리그 내에서는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지난해 27골로 헐크, 알렉산드루 파투, 그라이차노 펠레, 오디온 이갈로 등 유럽 빅리그 스타 출신들을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도움 순위에서도 펠레와 같은 공동 6위(8어시스트)에 올랐다. 이 부문 1위는 19도움의 팀 동료 오스카르. 우레이는 골 결정력뿐 아니라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도 꽤 세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 슈퍼리그의 수준에 대한 회의와 함께 한국 같은 강호들을 만났을 때도 과연 필리핀전만큼 해줄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한국은 2016년 9월 월드컵 최종 예선 3대2 승리 뒤 2년4개월여 만의 중국전 승리를 준비한다. 믿는 구석은 역시 황의조다. 2018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47경기 33골을 몰아넣은 뒤 필리핀전에서도 특유의 터닝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던 황의조는 12일 수비수 김민재의 헤딩골로 이긴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1대0)에서 역시 반짝반짝 빛났다. 골만 없었을 뿐 가벼운 몸놀림으로 공격 진영을 누볐다. 골대도 두 차례 맞혔다. 황의조의 A매치 기록은 20경기 5골. 이중 4골을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새 쌓았다. 이번 대회 활약을 발판으로 유럽 진출을 추진할 계획인 황의조에게는 1분 1초가 허투루 쓸 수 없는 기회다.
골득실에서 중국에 뒤지는 한국은 중국을 이겨야만 조 1위를 차지한다. 조 1위로 올라가야 대진상 유리한 데다 조 2위일 때보다 이틀을 더 쉬고 22일에 16강전을 치른다. 조 2위면 8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크고 4강 상대는 일본일 확률이 높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대표팀 감독은 중국전에 앞서 합류하는 에이스 손흥민의 투입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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