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 130명을 초청해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총수들을 비롯해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까지 모두 청와대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진행을 맡아 대기업·중견기업·지방상공회의소 별로 질문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받을 예정이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지목해 ‘깜짝 질문’을 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사전 시나리오 없이 자유 토론을 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이라고 밝혔으나, 재계에서는 기업 및 아젠다 별로 14~15개의 질문을 추리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만나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는 15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토론 시간은 100분~150분 내외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질의 응답 상황에 따라 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22명이 참석한다.
이날 참석 대기업은 자산순위(25위)를 기준으로 선정됐는데 한국투자금융이 빠지고 26위 효성 그룹이 포함됐다. 한진그룹·부영그룹·대림산업 등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총수의 ‘갑질’ 논란 및 검찰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곳이다. 김 대변인은 “사회적 여론과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 중에는 정몽원 한라 회장,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 우오현 SM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39명이 참석한다. 중견기업은 ‘업종 대표성’을 고려해 선정됐다. 이밖에 대한상의에서도 현정은 서울상공회의소 회장(현대그룹 회장)과 지역 회장단 등 67명이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관련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하고 청와대에서도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책 및 정무 라인이 총출동한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제기되 온 ‘재계 홀대’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실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사전 질문 및 건의를 받아 관련 부처에 전달했고, 행사 후 기업 별로 답변도 전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다수의 참석자, 청와대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대통령과의 속 깊은 대화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이번 행사에 앞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전 질문을 받았으나, 실제 접수된 질문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현안이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원론적인 이야기들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지난 1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오는 28일 민주노총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합류를 결정하고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노총의 만남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 대변인은 “김 실장 등이 김 위원장을 만나 민주노총의 요구와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했다”며 “다만 그 자리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관련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등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재계 및 노동계와의 접촉을 늘려가는 가운데 꽉 막힌 규제완화 및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홍우·박효정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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