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의 간담회에서는 ‘주52시간제도’ 개선에 대한 직언들도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경내 산책에서 뼈있는 농담을 던져 화제를 모았다.
서 회장은 경내 산책 중에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 미래 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헬스케어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라며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쓴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좌중이 웃음을 지었지만 이는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과 기업 현실에서 일률적인 주52시간제도 도입이 너무 빠르다는 서 회장의 간곡한 제안으로 해석됐다. 서 회장은 “세계 바이오 시장이 1,500조원인데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원정도밖에 못한다”며 “저희와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원은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주52시간은 권장은 하되 법적 일괄 금지는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산업이 다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주52시간 제도 등과 관련해 미처 할 말을 다하지 못해 아쉽다는 기업인들도 다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 기업인은 “미국이나 일본의 글로벌 회사들은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며 “휴식과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 슬픈 삶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께 꼭 강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탄력 근로시간의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 줄 것을 꼭 건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퍼스트무버만 살아남는 세상 아니냐”며 “제품 출하를 준비하는 시기에는 밤낮없이 일해도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만큼 근로 시간에 제한을 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낮아져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판에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노동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필요했다”며 “기업이 자체 혁신 활동에 나서도 정책의 밸런스가 무너져 경영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윤홍우·이상훈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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