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속 후 이틀 만에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검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에서 구치소에 갇힌 신세로 전락한 터라 오히려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입을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5일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구치소 독방에 수감된 지 이틀 만이다. 검찰은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결수용복을 입은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당사자의 반발이 있었던 점을 의식해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장 20일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을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이 기간에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 징용자 민사소송 지연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본인 혐의를 부인하던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가 수십년간 판사로 재직한 터라 ‘재판에 집중하자’는 측면에서 진술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이 구속되기에 앞서 진행된 검찰 첫 조사 뒤에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속 후 검찰 조사에서 ‘부당한 조사’라고 주장하며 관련 진술을 거부한 임 전 차장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일한 터라 현재의 진술이 오히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만큼 기존과 마찬가지로 모르쇠 또는 부인하는 쪽으로 진술하거나 아예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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