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 대표 선거 출마자격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황 전 총리의 출마를 제한하자니 전당대회 흥행 실패, 보수 유력 대권 주자에 상처 등 거센 후폭풍이 우려되고 그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하자니 당헌·당규 위반 논란, 당내 분란 등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전대 출정식을 갖는 황 전 총리는 28일 출마자격 논란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동시에 29일 황 전 총리 등의 출마자격을 판단하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져 유리한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황 전 총리의 피선거권을 놓고 위원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최병길 비대위원은 “한국당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당헌·당규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예외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황 전 총리에게 출마자격을 부여하자는 의견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자 이만희 원내부대표는 “당 대표 출마자격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보수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소망에 맞지 않다”며 “국민들은 누구든지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해 문재인 정부를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맞받았다.
논란은 비대위 회의장 밖에서도 벌어졌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진태 의원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자가 될 두 명(황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입당한 지 3개월이 안 됐다”며 “3개월은 돼야 한다는 게 당헌·당규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당헌·당규에 대해 유권해석하는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당규에 따라 후보자 자격 요건은 후보등록신청일 기준 당원인 자”라며 “자격 논란의 대상인 황교안·오세훈 후보는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첨예한 대립의 밑바탕에는 흥행 추구, 원칙 수립, 이익 도모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전 총리에게 피선거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 상당수는 한국당 지지율의 상승세에 주목한다. YTN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1월 2주차(1월7~11일)에 23.9%였던 한국당 지지도는 4주차(1월21~25일)에 26.7%로 2.8%포인트 상승했다. 황 전 총리는 3주차 주중인 15일 입당했다. 반면 출마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측에서는 피선거권을 부여할 경우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이날 춘천에서 개최된 강원도당 간담회에서 논란에 대해 “당헌·당규에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며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헌을 보면 여러 조항들이 있고 종합적으로 보면 결론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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