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대구 외곽의 한 과수원에서 청자 주전자가 발견됐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도포를 입은 사람의 형상을 한 청자였고 그의 손에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담긴 쟁반이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높이는 28㎝, 밑지름은 19.7㎝인데 돌려보면 등 뒤에 손잡이가 붙어 있다. 천도복숭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나 인물이 구름 모양의 대좌(臺座)에 앉아 있는 것 등으로 미뤄 불교적이라기보다 도교적 사상이 깔려 있다. 바라보는 사람에게 복을 기원하는 듯한 형상이다.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드는 상형청자 기법은 12세기 전반기가 전성기였지만 이 청자는 13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沙堂里) 가마에서 제작된 것이나 어떤 이유로 대구에서 발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청자 인물형 주전자는 1974년 국보 제167호로 지정됐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머리에 보관(寶冠)처럼 생긴 관모의 꼭대기에는 구멍이 있어 물을 넣게 만들었고 사람이 들고 있는 복숭아 잎사귀의 앞부리에도 또 다른 구멍을 내 물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모자에 새 모양을 만들어 장식했고 모자·옷깃·옷고름·복숭아에 흰색 점을 찍어 장식 효과를 냈다. 전체적으로 맑고 광택이 나는 담록의 청자 유약이 깊이감을 더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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