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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리 전원일기<15> 강아지, 그 소중한 인연을 기다리며

출산 한 달 된 강아지들을 돌보며

때 아닌 ‘육아’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에 위로 받아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와





이 세상에 온 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 언제 눈을 뜨나 했는데 이젠 모두 자기 무대인 양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한 달여간 아내는 아기 이유식을 챙기듯 강아지들이 먹을 사료를 물에 불려가며 먹기 좋게 만들었다. 나는 마당에 있는 강아지집 바닥을 청소하고 그 위에 신문지를 깔아줬다. 처음 몇 주간은 추위 때문에 집 안에서 키웠지만 대·소변을 감당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어서 부득이하게 어미 집에 두기로 했다. 신문지 위에 대변을 누면 둘둘 말아 치우기가 한결 쉬워진다. 냉기를 막아주는 효과도. 그 노력(?) 덕분에 강아지들은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햇살 가득한 오후, 강아지들이 마당에서 서로 장난치고 뒹굴고 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렇게 평화로워 보 일수가 없다. 때아닌 육아에 지친 몸을 위로받는다고 해야 할까.







정도 들 만큼 들었다. 특히 딸들은 방학기간 동안 집에 있으면서 강아지들과 더 친해졌다. 이름도 지어주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다. 이제 곧 우리 곁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기에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여섯 마리 중 3마리를 이웃집에서 데려가기로 했다. 다른 한 마리는 처남이 키우기로. 남은 두 마리는 우리가 모두 키우기엔 부담스러워 한 마리만 거두기로 했는데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양평 지역 온라인카페에 올려 입양할 분을 찾아볼까 했는데, 이미 강아지를 입양할 분을 찾는 다른 글을 보니 선뜻 키우겠다고 댓글을 단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불현듯 ‘파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또한 무책임한 행동일 것 같아 실행에 옮기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식구들을 거느리게 됐는지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당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또 다시 거리로 내몰릴 반려견이 생길 수 있다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어느 겨울날, 어미와 새끼들은 그저 한가롭기만하다.


출산의 사연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잘못도 없지 않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탈출하게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어느 누구는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냐고 질책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출산 이후 대책도 없으면서 새끼들만 예뻐해 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떤 선택도 못 내리는 상 황말이다. 최근 개 안락사 문제도 1차적 원인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에 더 고민이 된다. 만약 남은 두 마리를 모두 키우게 되면 반려견은 총 네 마리로 늘어난다. 사실 좀 두렵기도 하다. 과연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한 밤중 폭풍우처럼 밀려온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줄 누군가를 기다릴 뿐이다. 그 때까지 절대 ‘파양’은 하지 않을 것이다./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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