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혁신 벤처기업인들 간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 및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절절히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벤처기업인들은 앞서 기업인 간담회 때의 재계 총수들보다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특히 ‘반기업 정서 해소’도 한목소리로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7명의 국내 대표 벤처·유니콘 기업인들만 모아 밀도 있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 주도로 이뤄지는 각종 혁신창업 지원 등이 되레 시장에서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또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데 우리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직언을 했다.
이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현실을 과감히 지적한 것이다.
정부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외자 유치에 애로를 겪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정부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결국 창업기업이 중견기업, 유니콘 기업, 대기업으로 단계적으로 성장하려면 국내외의 투자를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전향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고충을 밝힌 것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도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어 “주 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며 “엄격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불확실성에 대해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규제 완화 속도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 보는 경향이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의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참석한 기업인들은 “유니콘 기업도 그렇지만 벤처 1세대는 자산 규모가 큰데 기업이 커질수록 국민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는 취지의 고민을 토로했고 이에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장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날 행사는 당초 60분으로 예정됐지만 실제 행사는 25분 초과한 85분 동안 진행됐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혁신성장의 현주소와 방향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윤홍우·이태규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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