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시절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하고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의 경우 재심서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국가 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정모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1981년 버스에서 “이북은 하나라도 공평히 나눠 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1982년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들을 불법감금과 고문 혐의 등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정씨는 폭행과 고문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 시력을 대부분 상실했고 청력에도 이상이 생겼다. 그는 또 두 차례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2014년 정씨는 당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고 이후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 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배상 청구를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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