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휴가 나온 군인 윤창호씨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윤창호법’이 등장하게 된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는 ‘중형’이라고 판단했지만 유가족들은 “지나치게 가벼운 결과”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27)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매우 중하고 결과도 참담하다”며 “음주에 따른 자제력 부족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중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사고는 애정행각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음주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박씨에 대한 형량이 기존 판결은 물론 대법원 권고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중형이라고 진단했다. 박씨가 초범인데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 형량 기준인 0.2%를 넘지 않았는데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1년~4년6개월)을 한참 초과한 형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강제성은 없지만 판사 대부분이 이를 참고해 판단한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치사 가해자에게 ‘징역 3년~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윤씨 사건은 ‘징역 1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규정한 개정 전 법률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만 음주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성숙해 엄중한 형벌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선고 형량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씨의 아버지 윤기원씨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미흡했다”고 강조했다. 윤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친구 배모(23)씨는 “한 사람의 꿈을 앗아가고 6년을 선고받은 것은 너무 짧다”고 말했고 친구 이영광씨도 “음주운전 처벌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오늘 판결이 말해준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25일 새벽 BMW 차량을 몰다가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1%였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윤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치료를 받다 끝내 숨을 거뒀으며 이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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