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풍류의 도시다. 판소리와 문학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을 잉태한 이곳은 거리마다 문화의 향기로 가득하고 발길 닿는 곳마다 선조들의 지혜와 얼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광한루원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는 ‘만인의총’이 있다. 정유재란 당시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1만여명의 민·관·군 의사를 기리기 위한 곳으로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원래는 구(舊) 남원역에 자리해 있었으나 1963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허술한 묘역을 보고 이장을 지시하면서 그 이듬해 현재 위치로 옮겨왔다. 태극 문양을 품은 붉은 기둥으로 이뤄진 홍살문을 지나 충의문·성인문·충렬사를 차례로 통과하면 봉긋하게 솟은 무덤이 나온다. 적당한 면적에 고요한 기운이 감도는 만인의총은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하기에도, 옷깃을 여미고 역사의 숭고한 대의를 되새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혼불문학관’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고(故) 최명희(1947~1998) 작가의 미완성 대하소설인 ‘혼불’은 1930년대 전북 남원을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양반가의 이야기를 통해 어둡고 힘겨웠던 민족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 2004년 남원시 사매면에 문을 연 혼불문학관에는 육필 원고와 작가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 소설 속 주요 장면을 묘사한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최근 김병종 전 서울대 교수가 오래전 최명희 작가로부터 받은 서신을 서가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해 문학관에 기증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혼불문학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개방한다.
이 밖에 광한루원 인근에 위치한 춘향테마파크, 통일신라 시기에 창건된 호국사찰인 실상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인 서도역 등도 함께 구경하면 좋을 곳들이다.
/글·사진(남원)=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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