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다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차 파기환송심에서 거액의 횡령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번 결과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취지에 따른 것인 만큼 특별하게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회장에게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액수가 200억원이 넘고, 범행에 회사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이 피해 액수를 모두 갚긴 했지만 그 사정은 이미 지난 판결에 반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와 같이 대기업 오너가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후 사후적으로 피해 회복을 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한다면 고질적인 재벌기업의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분리 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이 포탈 세액 7억원 상당을 국고에 반환한 점이 양형에 영향을 끼쳤다. 이날 재판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회장은 그가 수감한 기간을 제외하고 2년 이상을 구치소에서 지내야 한다.
이 전 회장은 ‘무자료 거래’로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해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구속된 이후 간암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보석 결정이 내려져 이 전 회장은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에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차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다시 구속됐다. 이 전 회장 측은 당시 “보석은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지 특혜가 아니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보석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그가 도주할 우려가 있고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며 구치소에 재수감하라고 결정했다.
이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1·2심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2017년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산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이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 등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바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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