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부터 파키스탄·인도·중국 등 아시아 순방에 들어갔다. 사우디는 이번 왕세자 순방에서 오일머니를 대규모로 투자하는 계약을 각 국가와 체결할 예정이다. 사우디 왕실의 최고실세인 그가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활로를 뚫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날부터 파키스탄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번 방문에서 최소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에는 정유·가스설비, 건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광물 개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은 카슈끄지 암살사건 처리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 간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성사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투자 관련 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서방 및 중동국가들로부터 외면당해 이슬람 국가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파키스탄은 카슈끄지 암살사건 이후에도 줄곧 사우디를 지지했다. 지난해 10월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국가 정상급으로는 유일하게 국제경제회의인 사우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에 이어 중국과 인도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중국 외교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는 22~23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양국관계를 발전시키고 일대일로 사업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 국가로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 정부는 사우디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에 앞서 19~20일에는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하고 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 확대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도는 도로·빌딩 건설 등에 자금을 대는 국영투자인프라펀드(NIIF)에 사우디가 투자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유럽 등 서방의 왕정 비판에 사우디의 외교기조가 전환점을 맞았다”고 전했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인도에 앞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양국 방문을 미루기로 해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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