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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관세카드 만지작...美, EU·日과도 한판 붙나

'90일내 부과 여부 결정' 압박

융커 "시행땐 美대두 수입중단"

트럼프 4~5월중 방일 앞두고

일본차에도 관세 부과 엄포

中과 무역전쟁은 매듭 임박

21일부터 3차 고위급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으로 확대해나갈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최종타결을 향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지지층 결집을 위한 다음 무역 압박 타깃으로 유럽과 일본을 조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90일 내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무기 삼아 EU·일본과의 무역협정에서 미국에 유리하게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는 앞서 미 상무부가 백악관에 보고한 수입차 관세 보고서의 내용을 당분간 기밀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조만간 본격화할 EU·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상무부는 수입차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17일 백악관에 제출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AFP통신은 상무부가 수입차에 대해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5월 중순(90일)까지 수입차에 관세 부과나 수입물량 제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 관세로 EU를 정조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EU 간 통상관계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EU와의 무역협상에 별 진전이 없는데다 EU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에 달하자 EU를 겨냥해 본격적인 압박에 돌입한 상태다. 유럽계 대형 투자은행인 UBS는 “트럼프 정부의 수입차 관세는 EU가 수출하는 완성차에만 부과될 것”이라며 “다른 지역의 자동차나 부품은 표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대서양 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지자 EU 지도부는 이날 강력한 사전 경고로 미국의 도발을 견제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유럽의 수출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취하면 EU는 신속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EU 집행위는 미국이 독일 등 EU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200억유로(약 25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독일의 슈투트가르터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자동차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가 약속을 깬다면 우리도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수입차 관세 부과 카드로 시장 개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새로 즉위할 일본 국왕의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와 맞물려 지지부진한 미일 무역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물품무역협정(TAG)’으로 부르며 서비스·투자 등을 제외하려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일본 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언급하며 압박했다. 일본이 미국과 포괄적인 무역협정에 난색을 표하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일본을 무역협상 테이블에 끌어앉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월26~2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4~5월 중 미국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토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을 대표로 하는 미일 각료급 무역협상을 열 방침이라고 19일 전했다.

한편 미중 간 무역협상은 19일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이 재개된 데 이어 21일부터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간 3차 고위급회담이 예정돼 있어 담판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양국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무역협상 결과를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의에 진전이 이뤄지면 다음달 1일인 협상시한을 연장하는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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