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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재판 예고편' 보석청구서 보니… "檢언론플레이에 보복감정으로 구속"

"해명할 기회도 없이 이미 유죄로 낙인"

도주·증거인멸 우려 및 전과 없음 강조

재판 기록 20만장에 방어권 보장 논리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9일 법원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청구한 가운데 한때 사법부 최고 권위자였던 그의 보석 청구 논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주장할 논리가 상당수 반영됐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허가 청구서를 통해 자신은 도주·증거인멸 우려 및 전과가 없는 데도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에 이미 유죄를 인정받은 것처럼 낙인이 찍혔다고 항변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 낸 보석허가 청구서에 석방을 허가해야 될 근거를 조목조목 기재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김병성 변호사, 이상원 법률사무소의 이상원·김경하 변호사는 우선 검찰의 공소장이 ‘재판개입’ 의혹이 제기된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 발생했다는 식의 ‘기타 사정’을 무분별하게 나열하면서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제외하고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든 두 번째 보석 사유는 ‘불구속 재판 원칙’이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들은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 묵비권, 무죄추정 원칙은 범죄자를 봐주려 생긴 원칙도, 몇몇 법률가가 머리를 짜서 만들어낸 원칙도 아니다”라며 “ 어떻게 하면 억울한 사람의 희생을 막고 사회 안위를 위한 형사소송제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요구에 의해 합리성과 정당성이 입증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속영장 제도는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무시된 채 일종의 보복 감정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면이 있다”며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는 것을 도무지 용인하지 못하는 국민 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다수 있어 왔다”며 “혐의가 (이미) 입증된 것처럼 수사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보도가 이뤄지면서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부터 이른바 ‘사법농단의 최정점’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변호인들은 “수사기관의 소위 언론 플레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제대로 해명할 기회도 없이 마치 이미 유죄로 인정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과 같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원칙으로 실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증거인멸 우려는 구속의 사유가 되지 않고 단지 도주의 위험만이 구속의 사유가 된다”고 따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제시한 또 다른 보석 사유는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변호인들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을 구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증거가 수집된 상황에서 행정처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전직 대법원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며 “자신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검찰 조사를 회피하지 않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 사건의 결과를 두려워해 도주하거나 잠적할 우려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 전에 전과는 물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점도 보석 사유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울러 수사가 8개월 이상 걸린 데다 알려진 기록만 20만 장이 넘는 만큼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엔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검찰 기소 이후 혐의를 확인한 상황에서 재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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