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정책의 일부인 ‘보유자산 축소’를 이르면 올해 말 종료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은 또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야 한 번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긴축속도 조절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완화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출구 시간표에 한결 여유가 생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추가 돈 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대다수는 연말께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자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너무 늦기 전인 올해 말에 자산축소 정책 중단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다음달 20일 FOMC 회의 후 연준의 자산축소 프로그램 중단 시점이 공식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FOMC 회의에서 자산축소 중단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연말 또는 내년 초 자산축소 종료를 언급했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를 위해 사들인 채권들을 매각해 달러화를 회수하는 긴축정책이다. 연준은 양적완화로 4조 5,000억달러까지 늘어난 자산을 지난 2017년 10월부터 줄이기 시작해 이를 3~4년간 지속할 계획이었으나 1년 이상 조기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경제 흐름을 지켜보며 인내하자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연말쯤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지난달 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와중에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에서 긴장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연준의 올 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2회인 상황에서 최대 1회로 축소되는 것은 긴축 완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한편 연준이 잇따라 긴축 급브레이크를 걸자 경기둔화 우려가 큰 ECB는 당장 ‘초저금리 장기대출’이라는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CB가 유로존 시중은행에 초저금리로 자금을 장기 대출해 기업 및 가계의 유동성을 늘리는 이 제도는 다음달 ECB 집행이사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물가 상승이 지지부진해 금융완화를 지속하는 BOJ 역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추가 금융완화를 거론하는 등 돈 풀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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