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의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염두에 두고 만기연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들은 인용해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은행 내부적으로 오는 2023년과 2024년에 돌아오는 트럼프그룹의 대출 만기 건에 대해 2025년까지 상환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출 내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전인 2012~2015년 미국 마이애미 외곽의 골프장과 워싱턴DC 및 시카고 내 호텔 건립을 위해 도이체방크로부터 받은 변동금리 담보대출로 잔액은 총 3억4,0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도이체방크는 끝내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기존 2023~2024년 기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이체방크가 만기연장을 검토한 배경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채무불이행 가능성 때문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2023년과 2024년 대출 만기 시점에 채무불이행을 선택할 경우 은행으로서는 채권 회수를 포기하거나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자산을 압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일단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는 개인 또는 트럼프그룹과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그룹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진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0년대 초 호텔·카지노 사업 실패 시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미 금융권에서 신용을 상당히 잃은 점과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기존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신용불량 사태 유발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만기연장을 검토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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