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올해 들어 국회는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 여야가 ‘김태우 특검’ ‘손혜원 국정조사’ 등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간 탓에 2월 국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 과제들도 줄줄이 밀려 있는 형국이다. 국회법상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집회기일 3일 전까지는 공고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와 27~2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하면 2월 국회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주효하다.
‘식물 국회’ 상태가 이어지면서 주요 민생법안들의 발이 묶였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3법, 상법 개정안 등이 표류 중이다. 특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준비 계도 기간이 3월31일 종료됨에 따라 적어도 3월 초까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많은 사업주들이 범법자가 될 수도 있어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여야 5당이 합의를 약속한 바 있는 선거제 개혁 논의를 비롯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을 위한 법제화도 ‘올스톱’ 된 상태다. 국회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를 당장 열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여야는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서로 ‘남 탓’만 하며 합의를 미루고 있다. 한국당이 국회 등원 조건으로 내건 ‘손혜원 국정조사’를 두고 한국당과 민주당이 치열한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당은 손 의원 문제 등 여당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여당이 가로막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은 ‘국회를 여는 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며 한국당의 일방적인 국회 보이콧을 비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월 국회’는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여당에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절실하고 한국당 입장에서도 이번 국회가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당은 ‘2월 국회 무산’을 선언하고 3월 국회에서는 경제·안보·정치·비리 등 현 정부의 ‘4대 악정’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월 국회를 비상한 각오로 준비하겠다”며 “상임위원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면서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에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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