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통과선하증권’이 없어도 대체 서류만으로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수출입업체 A사가 대구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사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베트남을 경유해 캄보디아산 잠수복 등을 수입하면서 한·아세안 FTA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해 수입신고했다. 하지만 대구세관은 A사가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4년 11월 협정세율을 적용하지 않은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했다. 통과선하증권이란 원산지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제조지에서 국내까지 직접 운송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다. A사는 이에 FTA 협정에 통과선하증권 의미가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2심은 “FTA 협정 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통과선하증권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며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세관이 A사의 협정관세 사후적용 신청을 받아들여 일부 세금을 깎아준 것은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적 견해 표명’으로 인정했다. 1심은 관세 1억7,282만여 원, 부가세 1.728만여 원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한 반면 2심은 관세 875만여 원, 부가세 87만여 원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한·아세안 FTA 원산지규정 부록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필수 서류들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기 어려울 때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대체 자료를 제출해 증명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공적 견해 표명과 관련해서도 “세관장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수리한 것을 두고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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