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43년 6월 FC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에 무려 1대11로 졌다. 1902년 시작된 두 팀의 라이벌전은 엘클라시코(El Clasico·클래식)라는 영예로운 이름까지 붙었지만 바르셀로나에는 한때 굴욕의 다른 이름이었다. 1965년에는 통산 전적에서 승수 차가 레알 48승, 바르셀로나 32승으로 16승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은 바르셀로나는 3일(이하 한국시간) 마침내 통산 전적에서 레알을 내려다보게 됐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국왕컵 준결승 2차전에서 레알을 3대0으로 격파한 바르셀로나는 이날 레알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치른 2018-201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승리마저 1대0으로 가져갔다. 통산 96승51무95패. 바르셀로나가 엘클라시코 전적에서 레알을 앞선 것은 1932년 이후 87년 만이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3승1무를 포함해 2016-2017시즌부터 레알전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를 기록 중이다.
◇엘클라시코의 MVP 메시=바르셀로나는 전반 26분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의 결승골로 이겼지만 영국 BBC가 꼽은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MVP)는 리오넬 메시였다. 공격 포인트만 없었을 뿐 풀타임을 뛰며 언제나처럼 공격을 주도했다. 메시는 엘클라시코의 MVP이기도 하다. 2004-2005시즌 1부리그 데뷔 이후 총 41차례 엘클라시코에서 26골 14도움을 올렸다. 최다 골, 최다 도움이고 해트트릭도 두 차례로 공동 1위다.
스페인 매체 아스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2003년 이전 레알 홈구장에서 74경기 13승에 그쳤는데 2004년부터는 25경기에서 13승을 챙겼다. 특히 13승 중 11승은 최근 10년 동안 몰아친 것이다. 6대2(2009년), 4대0(2015년)과 지난 시즌의 3대0 등 최근 10년간 대승이 유독 많다. 후안데 라모스 전 레알 감독은 2009년 메시에게 2골 1도움을 얻어맞은 2대6 패배가 빌미가 돼 경질되기도 했다. 2008~2012년 바르셀로나를 지휘했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공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과르디올라는 이후 바이에른 뮌헨과 맨시티에서도 각각 리그 3회, 1회 우승으로 명장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호날두가 그리운 레알=레알은 엘클라시코 통산 18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리울 만하다. 18골은 레알의 전설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같은 공동 2위 기록. 통산 9골의 카림 벤제마가 있지만 성에 찰 리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는 19골로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레알은 프리메라리가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60)에 12점이나 뒤진 3위에 머물고 있다.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리그 타이틀 레이스에서 바르셀로나를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인정했다. 엘클라시코 전적의 역전은 흔들리는 레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인 셈이다. 레알은 그나마 19세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성장이 반갑다.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고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비니시우스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과감한 슈팅과 활발한 공격 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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