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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노이의 교훈 :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이태규 정치부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 핵 담판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세 가지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북한식 계산법이다.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단 등 두 사안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유엔 제재 완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최 부상의 요구는 부당하다. 핵·미사일 도발 중지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이미 정산이 끝난 것이기 때문이다. 주고받을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문제를 새삼 다시 꺼내 추가적인 요구를 내놓는 것은 국가 간의 상식적인 거래방식이 아니다.

“영변 핵 전체를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발언 또한 온당치 않다. 검증주체가 능동적으로 검사하는 ‘사찰’보다 헐거운 개념인 ‘입회’를 언급한 것 자체가 스스로 핵 폐기 의지가 박약함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최 부상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제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완전한 폐기라고 할 수 없다.



셋째로 북한은 영변 폐기의 대가로 11건의 유엔 제재 중 5건을 풀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지나치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은 영변 핵 시설이 이미 수명을 다한 반면 북측이 요구한 5건은 유류 공급, 원자재 수출 등 대북제재의 핵심으로 사실상 전면 제재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 부상의 발언에서 보듯 하노이 ‘노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점일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북미 회담에 앞서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고 시간을 끌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한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남북경협 의지를 뚜렷이 밝히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는 빼놓았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에 “미국을 속일 생각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단 있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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