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지난해 8.1%보다 줄어든 7.5%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중국 정부의 재정부담이 증가하면서 국방예산 증가율도 둔화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보다 낮아진 것은 ‘중국 위협론’을 앞세운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외신들은 여전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세계 일류 군대’ 건설 구상을 수행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발표된 예산안 초안을 인용해 올해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지난해 8.1%보다 줄어든 7.5%라고 보도했다. 금액 면에서는 지난해 보다 13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올해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지난 2015년 10.1%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4년 연속 한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나갔다.
당초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올해 국방예산은 8~9% 이상 증액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소폭 감소시킨 것은 중국의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방비가 전체 경제 성장률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외부의 인식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경쟁국 대비 국방예산이 많지 않다는 점을 부각 시켰다.
장예쑤이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제한된 국방비는 전적으로 국가의 주권과 안보, 영토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제한된 국방비를 바탕으로 한 국방정책이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2018년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3%지만 일부 주요 선진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 이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주장에도 군사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50년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시 주석의 ‘강군몽’을 실현하기에 이날 중국이 발표한 국방예산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은 국방예산 공개를 앞두고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투명성이 부족한 중국의 예산을 감안하면 중국이 실제로 투입하는 국방예산이 공식 발표치 보다 많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은 공식 발표보다 상당히 많은 국방예산을 쓰고 있으며, 2017년 중국 국방예산 추정치는 GDP의 1.9% 수준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고 스위 린 콜린 책임연구원은 “숨겨진 국방 지출이 있다고 추정한다면, 중국은 그 돈을 미사일, 5세대 전투기, 스텔스 폭격기, 해군 현대화 등의 우선순위 사업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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