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5일 낮12시. 서울 명동의 한 신발 가게에서 일하는 이예령(23)씨는 “마스크를 낀 채 손님을 맞을 수 없어 하루 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신다”며 “미세먼지 걱정을 포기하다 보니 이제는 퇴근길에도 마스크를 안 쓰게 됐다”고 말했다. 덤덤한 모습의 이씨는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면서 마스크 착용마저 포기한 ‘미포족(미세먼지+포기)’이 된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이어진 이날 서울 명동 눈스퀘어 맞은편에 있는 12개의 가게는 모두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영업 중이었다. 이날 오후1시 기준으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0㎍/㎥,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47㎍/㎥까지 치솟았지만 가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처럼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28)은 “순서대로 직원들이 가게 앞에서 손님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알아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시각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도 ‘미포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3년째 꽃다발 노점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예전에 가끔씩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몇 번 마스크를 썼지만 요즘에는 답답하기만 해서 아예 마스크 착용을 안 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들도 마스크 착용을 포기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과 산책을 나왔다는 주부 김모(51)씨는 “미세먼지가 계속되기도 하고 당장 아픈 것도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착용만이 답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평소 호흡이 어려운 임산부나 노약자의 경우 마스크 착용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게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다 더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은일 고려대 교수는 “일반인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미세먼지 차단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공기가 샐 틈이 없도록 제대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학교들은 실외수업을 취소했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각 지역 교육청이 매뉴얼대로 각급 학교에 실외수업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6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6일에도 ‘매우 나쁨’ 수준을 유지하다 7일이 돼서야 보통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손구민·서종갑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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