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의도된 노딜”로 평가하며 합의 무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는 볼턴 보좌관에 대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 “앞잡이”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북한의 추가 핵시설 의혹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저농축을 고농축 우라늄으로 우기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 경제협력 전망’ 간담회의 강연자로 나서 “미국이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옛 개인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청문회 건을 의식해 심경의 변화를 보인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둘째 날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해 결렬에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볼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며 “(합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만들어낸 것인데 자신들이 만들고 깰 수는 없으니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볼턴을 시켜 문턱을 높이니 북한도 제재 해제를 세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밤사이에 이뤄진 의도된 노딜, 결렬이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의 이 같은 역할을 두고 “주변 정세가 평화 무드로 가는 게 죽을 지경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부탁을 받은 것 같다”는 주장도 펼치며 “(볼턴은) 앞잡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두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이 주장한 ‘영변 외 추가 핵시설’ 의혹을 두고는 “연료를 만들기 위해 저농축하는 것도 고농축으로 우기는 게 아닌가 한다”며 “개수가 많다는 것으로 홀려서 (북한에) ‘나쁜 놈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계산”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설 언급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말도 안 되는 것 가지고…’라는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정 전 장관은 북미의 협상 재개 시점을 ‘조만간’으로 전망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사까지 갈 것은 없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미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나눈 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절충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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