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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가는 '미세먼지의 공습'…과연 벗어날 방법은 있는 걸까?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된 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성형주기자




직장인 이영선(30)씨는 출근을 위해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늘을 보고 얼른 근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생각보다 뿌연 하늘에 겁이 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죠. 이씨는 “평소 황사나 미세먼지 경보가 이어질 때도 마스크를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은 정말 정도가 심하다”며 “막상 잿빛 하늘을 보고 나니 공포심이 몰려오더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민경(28)씨는 미세먼지로 인해 고민이 생겼습니다. 매일 30~50분씩 반려견을 근처 공원에서 산책시켜왔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어렵게 되자 이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죠. 김씨는 “잠시 산책을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러다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주위 어느 곳을 둘러보더라도 온통 잿빛인 요즘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한반도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죠. 4일에는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곳곳의 초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가 올 들어 처음 10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정도는 더 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에 더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코 마스크까지 등장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로 인해 외부 활동이나 환기 등 생활의 여러 부분이 제한되면서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죠. 지난달 28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공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탓에 이민을 고민한다는 인터넷 게시물이 지난 2년간 10배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송 부사장의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함께 각종 질병이나 증세가 언급된 횟수를 분석한 결과 2013년에 비해 지난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우울증’이었습니다. 우울증이 언급된 횟수는 이 기간 22.3배로 증가했죠.

제주에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5일 오전 제주시 연동 롯데시티호텔에서 바라본 도심 남쪽에 한라산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미세먼지 공포는 연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1월 5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는 총 11회 발령됐습니다. 지난해를 통틀어 8번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 수준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미세먼지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던 제주에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도 미세먼지의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1년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시기인 3월로 접어든 탓입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는 미세먼지 농도가 5일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나쁨’을 기록하며 6일 오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6일 오후부터 나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잠시일 뿐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월이 34.2㎍/㎥로 가장 높았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이었던 날도 31일 중 13일이나 됐을 정도죠. 이 시기면 찾아오는 황사도 빼놓을 수 없는 불청객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경제신문이 환경부에 미세먼지 연구용역 및 대책 등에 쓰인 예산 규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 미세먼지저감대책 예산은 2016년 4,391억원에서 올해 8,185억원으로 86.4%가량 올랐습니다. 수도권 대기개선추진대책 예산도 1,140억1,000만원에서 2,143억1,000만원으로 88.0%나 급등했습니다. 두 예산 모두 약 두 배가량 오른 것이죠.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 건수는 2016년 68건에서 2018년 129건(12월 17일 기준)으로 89.7% 늘었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은 늘었지만 오히려 미세먼지가 늘어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법)’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기존 환경 관련 법률과 거의 차별성이 없고, 제반 사항을 제대로 담지 못해 제도적 뒷받침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한 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셉니다. 저감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수준으로 약화된 점 등이 그 이유죠.

중국과의 미세먼지에 대한 확실한 관계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미 미세먼지 발생 국외 기여율이 절반에서 최고 4분의 3에 이른다는 과학적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데 말이죠.

이전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는 중국의 노력을 촉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국으로부터 속 시원한 답을 듣지는 못했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국에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대한 법적 대응부터 인공 강우를 통한 과학적인 대응까지 다방면에 걸쳐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죠.

매년 반복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둘러싼 공포와 불안. 우리는 언제쯤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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