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강수를 던지면서 미중 무역협상을 서둘러 타결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틀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화웨이는 7일(현지시간) 광둥성 선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 제품의 사용을 금지한 미국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화웨이 미국 본부가 있는 텍사스 연방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문제 삼은 대상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ZTE(중싱통신) 등 중국 통신기업 5곳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2019년 미국 국방수권법(NDAA)이다. 지난해 8월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정부기관은 올해 8월부터 5개 중국통신기업의 제품을 사용할 수 없고, 2020년 8월부터는 이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과 정부 간 거래까지 금지된다.
화웨이는 공정한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정 회사 제품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성명에서 “미국 의회는 화웨이 제품 제한을 위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우리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정에서 다투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가 위헌소송까지 낸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방, 일본 등 동맹국에 화웨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배제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해명 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이 각국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면서 화웨이가 국가 기밀을 훔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미국 시장 접근이 차단되고 부품 조달까지 어렵게 되면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미국 부품 조달이 어렵게되자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일본의 주요 업체에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위헌소송으로 화웨이가 미국시장에 다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화웨이 장비 제한이나 금지를 검토 중인 다른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칠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위헌소송이 미중무역협상에 악재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말 시진핑 주석을 자신의 개인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초청해 무역협상을 타결지을 전망이지만 화웨이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며 “좋은 합의가 되든지, 합의가 없든지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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