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신체적인 건강검진만큼 임직원들의 정신건강에 공을 들이면서 임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업무효율에만 치중한 채 임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생활로 인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완화와 자살 예방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살 예방 활동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까지 보여 국가적 자살 예방 활동에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마음건강센터 서비스를 시작해 4명의 전문 요원이 임직원들의 심리상담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임직원과 그 가족으로 서울 상일동 본사 내에 4개의 개인상담실을 마련해 언제든지 상담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상의 심리검사를 통한 자기이해 증진과 명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부서장이 원할 경우 부서 상담도 실시한다. 부서 상담을 통해 부서원 간 소통 활성화를 꾀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부서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에 사업장이 많은 만큼 전문 상담사가 해외 현장에 연 10회 이상 찾아가는 현장방문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이 많아 가족과 상당 기간 떨어져 생활하면서 외로움 등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상담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챙긴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역시 2013년부터 마음건강센터를 가동해 2명의 전문 상담사가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외부상담센터와 연계해 임직원들은 무료로 상담을 받고 본사가 계약을 맺은 외부 상담센터에 결제하는 식으로 촘촘하게 정신건강을 챙긴다. 임직원 가족도 무료로 외부 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상담자의 인적사항과 상담내용도 회사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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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의 기업들은 임직원의 정신건강 등에 공을 들이면서도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특히 자살 예방 교육에 대해서는 터부시한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일부 기업의 경우 전화 문의를 통해 센터가 기업 임직원들에게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 센터가 직접 강사를 보내 실제 교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교육 등으로 모범사례라고 평가돼 상을 주고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하면 ‘이럴 거면 다시는 교육하러 오지 말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자신들의 임직원을 자살 예방 강사로 육성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싶지만 이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강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 부센터장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산업 관련 협회 측에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바로 거절당했다”며 “외부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 기업 문화에 문제가 있거나 해당 기업에 문제가 있어 자살자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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