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했다. 2월에 강남 3구에 대한 토허구역 해제를 발표한 지 불과 35일 만이다. 이들 지역의 2200개 단지, 40만 채에 대해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토허구역 면적은 기존의 52.79㎢에서 163.96㎢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27%에 달할 정도다. 서울시가 이처럼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한 것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확대 재지정 당시 강남 3구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7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부동산 시장의 단기 급등 현상은 분석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선포로 각국의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면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경제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비상 상황이다. 이미 한국의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 폭탄에 이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유독 한국에 대해 올해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았다. 트럼프의 주먹구구식 관세정책에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 선고하면서 정치 리스크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의 부동산 시장만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것은 바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때문이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 문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과세 기준을 강화하면서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았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2%에서 3.2%, 또다시 6%로 급격히 인상하고 법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를 강화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 정책이 완화됐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강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1채만 보유해야 하니 바로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 3구에 대한 갭투자 비율은 올해 1월 35.2%에 불과했지만 2월에 43.6%로 급증했다. 주택을 구입하면 반드시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 ‘토허구역’에 대한 빗장이 풀린 사이 너도나도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한 셈이다. 지방 부자들이 자신들은 지방에서 전세로 거주하면서 서울로 원정 투자를 나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국토부의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를 넘어섰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3722가구에 달할 정도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되레 지방 주택시장만 꽁꽁 얼어붙은 셈이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특정 지역 주택 선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미 서울의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만 7000여 가구 수준인 상황에서 내년과 2027년에 모두 1만 가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 아파트가 줄어들면서 언제든지 서울 지역 주택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심 신축 아파트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하는 이유다. 1주택에 초점을 둔 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강남 3구·용산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주택 수에 얽매인 정책을 고집하면 되레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오죽하면 100억 원 안팎의 꼬마빌딩 대신 재건축이 예정된 초고가 아파트 1채를 사는 것이 재테크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겠는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에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1주택자와 2주택자를 갈라치는 공약 대신 ‘다주택자는 적폐’라는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지역에 대한 부동산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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