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 카리브해 일대를 항해하던 콜럼버스 탐험대는 남아메리카 북쪽 카라카스 계곡 인근에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이곳이 인도라고 철석같이 믿고 황금과 향료를 구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나선다. 훗날 베네수엘라의 수도가 되는 카라카스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1557년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파하르도가 이곳에 목장을 만들면서부터다. 10년 뒤 디에고 데 로사다 스페인 장군이 들어오면서 도시의 기틀이 형성됐고 다시 10년 뒤인 1577년 스페인령으로 공식 편입된 후 베네수엘라는 240년가량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는다. ‘베네수엘라(Venezuela)’라는 이름은 서북쪽 마라카이보 호수에 세워진 인디오 가옥을 보면 베네치아(Venezia)를 연상시킨다고 해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남쪽 아마존강 일대를 중심으로 한 내륙 지역은 열대우림으로 무덥지만 카리브해 인근 지역은 아열대성기후다.
베네수엘라는 18세기 후반 미국의 독립전쟁이 성공하고 뒤이어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1811년 7월5일 독립을 선언한다. 독립운동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가 1821년 카라보보 전투에서 승리하며 사실상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다. 독립 초기 10년가량은 콜롬비아·에콰도르와 함께 ‘그란(大)콜롬비아 공화국’으로 있었지만 1830년 분리된다.
이후 군사독재·쿠데타가 되풀이되며 1세기가량 정치 불안이 어어졌고 1958년 베탕쿠르트 대통령의 집권을 계기로 민주정치의 기틀이 잡혔다. 이후 보수·진보 세력이 번갈아 집권해왔다. 1999년 육군 중령 출신의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이 돼 사회주의적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며 3선을 했고 2013년 암으로 죽자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뒤를 이어 좌파 통치를 이어왔다.
1918년 마라카이보 호수에서 석유를 처음 생산한 후 동부·남부로 확산돼 1928년에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 됐을 정도로 경제가 석유에 의존했다. 지난 10여년간 석유 호경기에 힘입어 안이한 경제정책을 펴다가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차베스 이후 좌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며 나라가 엉망이 됐다. 지난 1월 발표된 2018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169만%, 살아남으려 탈출한 국민이 330만명에 달한다니 포퓰리즘의 결말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온몸으로 보여준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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