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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기다림이란…가면놀이가 아닐까

1인 마스크 연극 '더 원' 무대 올라

5개 레퍼토리…옴니버스식 구성

성별·연령 등 초월한 연기 선보여

사랑·아이 등 고대하는 인생 표현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탈리아 마스크 연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미학을 재현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마스크 연극 창작집단인 거기가면이 지난 6일부터 공연 중인 ‘더 원’(The One)이다. 이 작품은 5개의 레퍼토리를 옵니버스식으로 구성한 1인극이다. 대사극과 무언극을 혼합해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그 동안 마스크 연극을 꾸준히 선보여온 배우 백남영씨가 출연과 연출을 동시에 맡아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 이 때문에 어떤 작품보다 연출 의도와 배우의 연기가 완전히 일치하는 작품이다. 백씨는 첫번째 장에서 ‘아, 이런-’으로 술에 취한 주정뱅이가 등장해 경쾌하고 코믹하게 극의 시작을 알린다. 두번째 레퍼토리에서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성이 된다. 그는 마임과 요리 장면으로 연인에 대한 애틋하고 달달한 감정을 표현한다. 세 번째에는 장차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젊은 여인으로 변신한다. 다음에는 환상의 물고기인 ‘금비늘’을 그리는 남자로,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골동품 가게 할아버지로 바뀐다.

백 씨는 “기다림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묻는 작품”이라며 “기다리는 대상이 올지 말지, 오지 않아도 계속 기다려야 하는지를 관객과 스스로에 묻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금비늘’에서는 두 남자가 행운, 복권, 욕망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환상의 물고기를 기다린다”며 “이처럼 우리에게 기다림이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국내 관객에게 탈춤 등 우리 전통 가면극은 친숙하지만 서양 마스크 연극은 낯선 장르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때부터 선보인 연극의 원류이다. 야외 무대가 주류였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배우들이 커다란 가면을 쓰고 공연을 했다. 중세로 넘어가면서 마스크는 신과 인간의 중간자 혹은 신을 흉내 내는 매개체가 됐다. 이후 한때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다가 사라졌지만 최근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백씨는 “국내에서는 마스크라는 오브제가 많이 사용되지 않아 흔하게 볼 수 없는 연극의 형식”이라며 “마스크를 통해 성별, 연령 등을 초월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데다 무언극이 혼합돼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은 거기가면 대표


작품 가면은 거기가면의 대표이자 마스크 아티스트인 이수은 씨가 직접 제작했다. 이 대표는 독일 보훔대학에서 미술역사학을 전공하고 스테파니 헤르메스에게 마스크 제작 과정을 배운 후 귀국해 2008년부터 마스크 연극을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마스크 연극은 15~16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희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가 시발점으로 20세기 들어 유럽에서 많이 공연되고 있는 장르”라며 “마스크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등장인물의 성별, 연령, 캐릭터에 맞게 생동감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24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거기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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