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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文, 김정은 수석대변인" 폭탄 발언...3월 국회 '암초'되나

교섭단체 연설서 "헌정농단 경제정책...소주성 실패" 경제·안보 맹공

與 항의에 한때 연설 중단...민주당 "국가원수 모독...윤리위 제소"

靑 "국민에 머리숙여 사죄해야"...한국당은 "의사진행 방해" 맞서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나 원내대표 발언에 항의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에 비유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원수 모독”을 주장하며 ‘윤리위원회 제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당도 민주당의 연설 방해를 문제 삼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어렵게 문을 연 3월 국회가 선거제 개혁에 이어 ‘연설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작심하고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날렸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는 자명하다”고 포문을 연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정책”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내며 항의했고 소란이 이어지며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고성이 가라앉은 뒤 연설이 다시 시작됐지만 차분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갈등이 폭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월28일(북미정상회담 결렬) 우리는 북한의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무늬만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무력화가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냐.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플랜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며 쐐기를 박았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언급이 나오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저지했고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의 연설 방해를 항의하며 연설은 장시간 중단됐다. 문 의장이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그 속에 옳은 소리가 있는지 반성하며 들어야 한다”고 의원들을 질타하며 연설이 재개됐지만 나 원내대표는 “말씀의 일부는 감사드리지만 일부는 역시나 민주당 출신 의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편파 진행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다가 항의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이날 연설은 선거제 개혁으로 불붙은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 4당과 한국당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의 감정 싸움이 격해지며 3월 국회 파행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나 원내대표 발언에 불쾌감을 전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국민들에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도 나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추진하기로 하며 맹공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저렇게 품위 없고 역사의식과 윤리의식 없는 사람이 당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겠느냐”며 “당에서 즉각 법률 검토를 해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막는 것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가 끝장났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사과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도 조만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차원의 대북 특사 파견’ 계획과 대통령이 참여하는 ‘대북정책 국론 통일을 위한 7자 회담’을 제안했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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