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톈안먼광장 서쪽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총리는 미리 준비된 올해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푸른 하늘 지키기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시간, 인민대회당 밖 광장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렸다. 중국 정부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는 순간이었다. ★관련 시리즈 4·5면
1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으로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협)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외신들은 물론 중국인들은 올해 양회 기간 베이징의 하늘에서 올해 중국 경제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다. 양회 같은 중요한 행사 시기에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 인근 대기오염 배출공장의 가동을 강제적으로 멈춰 세워 공기를 맑게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일명 ‘양회 블루’가 나타나지 않았다. 베이징 하늘은 양회 기간에도 변함없이 잿빛에 머물렀다. 양회는 15일 전인대 폐막과 함께 끝난다.
이에 대해 베이징 인근에서 철강공장을 운영하는 한 기업체 사장은 “과거 양회 기간에는 정부로부터 공장 운영을 중지해달라는 통보를 받아 지시대로 했지만 올해는 그런 요구가 없어 그대로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며 “인근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국 업체에도 올해는 공장을 멈추라든지, 주의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양회 기간에도 중국 정부가 공기 질 개선을 이유로 공장을 멈출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베이징 경제인들 사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심화하는 경기둔화로 올해 초 성장률은 올해 목표치의 절반도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지역 경제사정이 갑자기 나빠졌다”며 “최근 성장 속도가 2~3%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6~6.5% 구간’으로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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