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호 합의안이었던 탄력근로제 개편안의 3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난처해졌다. 3월 국회 내 처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편안을 냈던 노력이 자칫 무위로 돌아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굵직굵직한 노동 관련 사안들이 많은 만큼 원활한 논의를 위한 하나의 시행착오로 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고용노동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고용보험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처리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으나 안건에조차 올라가지 않았다. 회기 막바지인 다음달 1·2일 고용노동소위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때 다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게 불안요소다.
3월 국회를 이유로 탄력근로제 개편안의 빠른 합의를 추진했던 경사노위로서는 머쓱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달 탄력근로제 개편안 합의 당시 경사노위 측은 출범 후 1호 안건이자 노사정 합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특히 3월 국회에서 개편안을 처리하려면 시간이 없음을 들어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의에 속도를 냈기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다.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 노동자 위원 3명이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시일을 두고 논의하자며 본위원회에 두 번이나 불참하며 마찰이 빚어지자 문성현 위원장은 3월 국회 회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음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3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굳이 시간에 쫓겨 합의안을 급히 만들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크다.
얻어낸 것이 없는 반면 경사노위가 입은 상처도 작지 않다. 계층별 노동자 위원들이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불참하자 안건을 의결조차 못하며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마저 드러냈다. 논의를 담당했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일부 공익위원들은 탄력근로제 최종 합의안에 본인도 모르게 논의된 적 없는 조항이 들어갔다며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공익위원은 “탄력근로제 논의 과정서 경사노위를 거수기 비슷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의 운영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의 내용조차 최종 법안에서 유지될지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경사노위 합의안인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이번 논란을 앞으로의 다른 사안을 논의할 때 반면교사로 삼을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탄력근로제 문제가 첫 의제긴 하지만 경사노위가 다룰 전반적 사안을 따져 보면 비중이 매우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결과로 계층별 경사노위 위원들이 논의 과정에 참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도 준비 중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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