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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힘든 '코골이 아이' 3~5세가 수술 최적기"

폭풍 성장기에 적극적 치료해야

잘 크고 집중력↓·얼굴변형 적어

증상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도

상기도 근기능운동 재발률 낮춰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가 편도비대증 어린이의 상태를 진찰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이비인후과병원




# 네 살 아이를 둔 30대 주부 윤모씨는 최근 아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골아 고민이 많다. 그냥 두면 성장이 더디고 집중력도 나빠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신마취가 부담스럽고 나이가 들면 나아진다는 얘기도 있어 수술이 망설여진다.

#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준석이는 어릴 적부터 수면 중 코를 심하게 골고 호흡이 잘 끊겨 자주 뒤척이고 깨고는 했다. 6세 때 편도·아데노이드 절제수술을 받았지만 얼마 안 가 재발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코골이 물리치료’로 불리는 상기도(上氣道) 근기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고 나서 증상이 수술 직후보다 호전됐다.

코로 숨을 쉬면 면역기능을 하는 코점막이 외부 침입자들을 1차로 걸러준다. 또 코점막과 얼굴 골격의 성장을 자극한다.

하지만 입천장의 편도나 목젖 뒤의 아데노이드가 비대하면 코로 숨을 쉬기 어려워 코를 골거나 호흡이 끊기며 입을 벌리고 자게 된다. 비만하거나 나이가 들어 목젖·혀 등을 지탱하는 근육에 힘이 빠지고 처져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도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이런 수면호흡장애가 있으면 잠을 잘 때 체내 산소가 부족해져 심장이 더 빨리, 불규칙하게 뛴다. 숨을 10초 이상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는 ‘수면무호흡(1시간에 5회 이상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피로가 풀리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화를 잘 내거나 불안·우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숙면 때 왕성해지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 제대로 못 큰다. 또 뇌가 충분히 쉬지 못하고 충분한 산소·영양 공급을 받는 시간도 줄어 집중력·기억력·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하며 두뇌 발달이 저해된다. 얼굴이 길어지거나 치아 배열도 나빠진다. 코점막 같은 면역기관이 없는 입을 벌리고 지내면 침이 잘 말라 구강건조증·잇몸질환과 감기·중이염·축농증(부비동염) 등에 잘 걸린다.

따라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아의 코골이는 부모에게 숨을 쉬기 힘드니 빨리 치료해달라고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루 9~10시간 입을 벌리고 자는 아이, 특히 낮에도 입을 벌린 상태로 지내는 아이는 주걱턱 같은 얼굴 형태, 치아구조 변형이 심하기 때문에 수술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자는 동안 코로 공기를 불어넣어줘 기도를 열린 상태로 유지해주는 양압호흡기 치료도 어렵다. 하지만 “좀 더 기다렸다가 8~9세 무렵 수술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부모가 많은 게 현실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만 3~5세 사이에 성인의 60% 수준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만큼 이때 하는 게 다양한 수면호흡장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치료도 쉽다”고 잘라 말했다.



상악골·하악골 골격에 문제가 있을 때는 치과에서 교정치료로 넓혀주면 좋다. /사진제공=강동경희대병원


과거에는 편도 절제수술 때 편도가 붙어 있는 일부 피막 근육층까지 잘라내 출혈량이 많고 수술 후 통증이 컸다. 그러나 요즘에는 편도를 둘러싼 피막조직은 남겨두고 안쪽 편도만 제거하는 ‘편도 부분절제수술(PITA)’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 효과는 비슷하고 피막 주변의 혈관·근육 손상을 최소화해 회복이 빠르다.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생후 36개월, 몸무게 15㎏ 이상이면 수술할 수 있다”며 “편도선 주위 농양, 만성 편도선염 같은 염증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경우라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편도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편도가 크고 코를 골거나 입으로 숨을 쉬는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정협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편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 내시경·수면검사 등으로 측정한 편도 크기와 기도 면적, 부정교합 여부, 감기 등 상기도 질환을 자주 앓는지 등을 파악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해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데 유명 대학병원 의사 중에는 수술을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만하면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입의 좌우를 최대한 벌리는 입 둘레근운동(위 사진), 입을 벌린 뒤 혀끝을 최대한 코를 향해 올려 유지하는 혀 근육운동(아래 사진) 등은 수면호흡장애 개선 및 수술 효과 유지에 도움이 된다. /사진제공=을지대 을지병원


코골이가 심한 편이 아니면 경과를 지켜보거나 약물치료를 한다. 상악골·하악골 골격에 문제가 있을 때는 치과에서 교정치료로 넓혀주면 좋다. 수면호흡장애가 심한 청소년이나 성인은 잠을 잘 때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구강 내 장치를 사용해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넓혀주기도 한다.

상기도 근기능 강화운동은 수면호흡장애나 양압호흡기 사용 시 불편감을 줄이고 수술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입의 좌우를 5초 동안 최대한 벌리는 입 둘레근운동(10회 반복), 입을 벌린 뒤 혀끝을 최대한 코를 향해 올려 5초간 유지하는 혀 근육운동(10회 반복) 등이 그 예다. 3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2017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으며 언어재활사로부터 2~4회 운동방법을 배우면 된다. 김호찬 을지대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편도·아데노이드 절제술은 재발률이 높은 편인데 상기도 근기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면 재발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며 “치료할 때 환자 개개인의 구조적 특성에 맞게 치료 프로토콜에 섬세한 변화를 줘야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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