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 환적 등을 도와 대북제재에 구멍을 낸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해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북한은 22일 갑자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 결렬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북미의 ‘강 대 강’ 대치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남북관계마저 급랭하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인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을 제재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로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다롄 하이보는 이미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정찰총국 산하 백설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랴오닝 단싱은 유럽연합(EU) 국가에 있는 북한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랴오닝 단싱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수행에 동원된 ‘번호판 없는 벤츠’를 실어나른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 재무부가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이나 석탄 수출을 도운 혐의가 있다며 공개한 의심 선박 95척의 명단에 한국 국적 선박인 ‘루니스(LUNIS)’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 명단이 제재 리스트는 아니지만 한국 선박이 대북제재 위반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에 대북제재에 동참하라는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제재는 비핵화 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우리 파트너들은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원한다”며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원이 철수하는 조치로 미국의 압박에 맞섰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강조하며 우리 측은 계속 머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지자 청와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이날 북측의 통보를 확인한 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정영현·김창영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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