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최모(49)씨는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전달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도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지난해 7월 카카오톡 대출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 상담사에게 대출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일반 신용 대출이 힘든 대상자도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최 씨에게 주거래 통장 앞면과 주민등록증 등을 찍어 보내라 말했다. 최 씨는 설명대로 대출 신청을 하고 그 해 8월 31일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3,000만원 가량을 인출해 성명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전달했다. 4차례 정도에 나눠 돈을 인출한 뒤 지하철역 등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계좌에 입금된 3,000만 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여 입금한 ‘범죄 수익’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4명에게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채무를 일부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최 씨의 계좌에 입금하도록 속였다.
검찰은 최 씨를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최 씨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성명을 특정할 수 없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돈을 건넨 것은 범죄를 방조한 것으로라 본 것이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김병만 판사는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원의 지시를 따르면서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관여될 수 있다고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가 입금된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신원을 숨기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과 자신의 주거래 계좌를 대출 계좌로 그대로 사용한 점을 들며 피고인의 주장에 손을 들었다.
방조는 정범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종범의 행위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와 관련될 수 있다는 막연한 인식이나 예견을 넘어 미필적으로라도 보이스피싱을 인식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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