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고 생각하던 경기를 비기면 비기고도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던 스피스(미국)가 그랬다. 스피스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CC(파71)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1,025만달러) 조별리그 1차전에서 빌리 호셸(미국)과 비겼다. 스피스는 6번홀까지 3홀을 뒤져 초반부터 패색이 짙었다. 7번홀(파3) 버디가 흐름을 바꿔놓았다. 핀까지 18m 거리의 그린 주변 벙커에서 친 샷이 오른쪽 경사를 타고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스피스는 8·9번까지 3개 홀을 내리 따내 동 타를 만들었다. 후반 들어 15번홀까지 2홀을 다시 뒤져 벼랑에 몰렸으나 16번홀(파5) 호셸의 보기를 틈타 1홀 차로 좁히더니 18번홀(파4) 버디로 마지막 홀마저 따냈다. 마지막 홀에서 스피스는 티샷을 무려 338야드까지 보냈다. 이사이 호셸의 티샷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고 더블보기를 적었다.
스피스는 “행운이 따랐지만 발전된 부분도 확인했다. 남은 경기뿐 아니라 다음 몇 주간도 이 자신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스피스는 장기였던 퍼트가 난조에 빠지면서 슬럼프를 겪고 있다. 2018-2019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컷 탈락을 세 번 당했고 최고 성적은 공동 35위다. 이사이 세계랭킹은 30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5년에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속 제패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피스는 마스터스 개막(4월11일)을 앞두고 재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6년 만에 이 대회에 다시 나선 타이거 우즈(미국)는 스물한 살 어린 에런 와이즈(미국)를 1홀 남기고 3홀 차로 이겼다. 지난 시즌 PGA 투어 신인왕 와이즈의 초반 난조에 우즈는 일찌감치 2홀을 앞서 갔다. 보기 위기였던 7번홀(파3)에서 10m 넘는 파 퍼트를 정확하게 넣고는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이후 8~10번홀을 내리 내줘 1홀 차 역전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후 와이즈가 계속된 보기로 스스로 무너졌다. 우즈는 17개 홀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기록했다. 이 대회 최다 우승자(3차례)인 우즈는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였으면 와이즈와 나는 하위권이었을 것”이라며 첫날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2차전 상대는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다. 우즈는 “스네데커와는 정말 친한 사이”라며 “모두가 알듯 그는 놀라운 퍼트 능력을 지녔다. 이런 포맷의 경기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루크 리스트(미국)를 5홀 차로 압도했다. 올해 6개 출전 대회에서 1승을 포함해 모두 톱10에 든 매킬로이는 4년 만의 이 대회 우승까지 노린다. 이 대회에 출전한 세계랭킹 상위 64명은 4명씩 1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이고 각 조 1위만이 16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치른다. 안병훈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에게 2홀 남기고 3홀 차로 졌고 김시우도 첫판을 내줬다. 욘 람(스페인)에게 5홀 남기고 7홀 차로 완패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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