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공직 출마를 15년간 금지하며 정치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과이도 의장은 즉각 거부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친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감사원은 회계 기록 부정 혐의를 들며 과이도 의장에 대해 15년간 선출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했다.
엘비스 아모로소 감사원장은 국영 VTV에서 과이도 의장이 공개한 개인 재정 상황과 지출 기록이 수입 수준과 일치하지 않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며 과이도가 국회의원이 된 후 해외여행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부터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회계 감사를 벌였다.
과이도 의장은 감사원의 조치를 일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를 임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합법적인 국회뿐이라 정당성이 없다”면서 “우리는 계속 길거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오는 31일 대규모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회계부정을 저지른 공직자에게 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대의 처벌로서, 마두로 정권이 위협으로 떠오른 과이도 의장을 정치적으로 배제하고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1일 새벽 반정부 테러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과이도 의장의 비서실장인 로베르토 마레로를 자택에서 체포하는 등 과이도 의장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측근의 신변 안전에 이상이 생긴다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만큼 마두로 정권은 과이도 의장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있다. 과이도 의장이 최근 대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어기고 보란 듯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당국은 체포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해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1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뒤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선거 재실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맞서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