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간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개편 방안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임을 고려해 현행법대로 심의요청을 하지 못했으나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늦출 수는 없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3월 국회 내 통과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법 및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7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이달 안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지를 두고 주목해 왔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고, 법이 통과되면 최저임금위원회를 다시 짜야 하기에 심의 요청이 의미가 없어지는 탓이다. 정부에서는 이 개편안을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부터 적용하는 걸 목표로 해 왔다. 그래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는 올해에 한해 심의 요청 시한을 5월말로 늦추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국회 계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현행 구조에서 인상 구간의 상·하한선을 결정하는 전문가 위주의 구간 설정 위원회와 노사정 대표가 참여해 최종 금액을 결정하는 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요청을 보낸 건 3월 국회 중 법안이 통과되기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내년 최저임금 결정부터 개편안을 적용한다는 목표도 사실상 접었다 볼 수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이 3월 국회를 넘기면 올해 실시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 재구성 및 금액 설정에 시간이 걸리고, 내년 예산안 편성 전에는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심의 요청 공문에 최저임금법이 개정될 경우 이에 따라 심의 요청 절차 등이 다시 진행될 수 있음을 함께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최저임금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관련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심의요청을 보냄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도 기존 체제에 따라 심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최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아직 수리하지 않았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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