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구찬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靑, 최저임금 혼란에 뼈 아플것…진보정부도 경제는 右클릭해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민간투자 부진에 일자리 참사

공급확대 없는 '소주성'은 반쪽

공약 꿰맞추다 부작용 더 커져

정책 잘못 바로잡는 것도 용기

투자유인 핵심은 노동·규제개혁

탄력근로제 확대도 반드시 필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진보정권과 보수정권 모두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정책이 잘못됐다면 하루빨리 바로잡는 것도 용기”라며 “최저임금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호재기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경력은 화려하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다채로운 경력만큼 이념적 스펙트럼도 넓다. 좌우 진영을 넘나들었다. 보수 성향의 노태우 정부 시절 진보정책인 토지공개념의 토대를 마련했고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해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자문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총재는 자신을 중도 실용주의자로 평가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근에서 박 전 총재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경제정책의 실용과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확장 정책이기에 그 대척점에 있는 기업투자를 통한 공급 확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진보정부일수록 경제정책은 우(右)클릭해야 성공한다”는 지적도 했다.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가.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저녁을 같이했다. 그 자리에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민간이다. 민간이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못한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옳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일자리 성과가 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투자 진작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노동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인터넷은행의 지분제한 완화를 콕 집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주로 경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여당의 당론과 배치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뭐라고 대답하기 어렵지 않나 그렇게 이해했다. 최근 인터넷은행 진입 규제를 푼 것은 다행이다.

-일자리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민간 투자 부진이다. 일자리는 기업 투자로 만드는 것인데 투자가 부진하니 고용이 늘어날 턱이 없다. 지난해 2.7% 성장하고도 설비 투자는 4% 줄었다. 대신 현금 유보는 200조원이 넘는다. 기업 투자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과 천양지차다. 일본은 기업 투자가 뒷받침되면서 인력이 부족할 지경이다. 두 번째는 잘못된 정책이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다.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와 자영업 분야의 일자리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

-조만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2년간 29% 올랐다. 주말 유급휴일 요인까지 감안하면 55% 인상이다. 도가 지나치다. 시간당 1만원 대선 공약에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이다. 최저임금은 시장과 경제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성장률이 3%라면 7~8%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가 무관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원이 8명인데 최근 2명을 해고했다. 대신 청소기를 늘리고 CCTV를 증설하기로 주민대표 회의에서 결의했다. 주휴수당 문제가 나온 뒤다. 이게 현실이다. 경비원 문제만 보더라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정부는 저소득 계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그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저임금의 부작용과 역설은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뼈아플 것이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빨리 시정해야 유능한 정부다.



-지난해 분배 약화도 일자리 감소와 연관된 것인가.

△당연하다. 근로시간 단축도 악영향을 미쳤다. 저소득 계층 입장에서는 일을 더 하고 임금을 더 받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절실한 문제다. 그래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것조차 매듭 짓지 못하고 있다. 정책 당국자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야 한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 되는 일이 없어 국민은 짜증스럽다. 본인이 원하면 더 일할 수 있게끔 입법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비판이 많은데.

△소득주도 성장은 기본적으로 내수를 키우는 수요확대책이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가 한계가 있기에 그런 방향은 옳다고 본다. 좋은 약도 과용하면 몸에 해롭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정책 목표에 이르는 정책 수단에 문제가 있고 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과속이 대표적이다.

-J노믹스를 종합 평가한다면.

△성장률만 본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우니 체감경기가 나쁜 게 문제다. 경제정책이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실용주의적 정책으로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올해 경제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데.

△고성장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금 잠재성장률이 2% 후반이다. 5% 이상 고성장은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였기에 가능했다. 수출이 아닌 내수가 주도하는 선진국 나라들에는 3% 이상 성장이 어렵다. 수출주도시대가 끝나간다. 최근 몇 년간 수출 평균 증가율이 제로 수준이다. 수출 증가가 멈춰 국내 기업의 투자가 부진하고 인구마저 준다. 여기에 임금과 집값이 비싼 고비용 구조가 가세하고 있다. 수년 뒤에는 1~2%대 저성장시대가 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하지 않나.

△쉽지 않은 문제다. 저성장이 초래하는 일자리 감소 등 여러 문제는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내수 위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는다. 소득주도 성장은 기본적으로 내수확대 정책인데 하루아침에 안 된다. 내수시장은 일본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14배나 된다. 고비용 구조까지 겹쳐 더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확대책으로 반쪽 성장전략이다. 혁신성장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민간투자 확대와 생산성 증대 같은 공급확대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 성과를 내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균형 감각이다.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진보정부일수록 ‘우클릭’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안정을 기할 수 있고 국민 통합도 이룰 수 있다. 그 바탕 위에서 건전한 시장경제를 추구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시장과 현장을 중시하고 친서민·친기업의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민간 투자를 끌어내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투자 유인의 핵심은 역시 노동·규제개혁이다.

-현 정부가 친노 성향인데 과연 노동개혁에 나설까.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 한다. 노조단체는 고임금 ·대기업 근로자 10% 정도만 대표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복지 차원에서 노조 측에 많은 것을 줬다. 그럼에도 광주형 일자리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것을 국민 누가 납득하겠나. 정부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주장을 하는 강경 노조에 의연한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노조단체와 거리를 둔다면 오히려 국민적 지지가 상승할 것이다. 특정 지지세력에 끌려가기만 하면 국정 운영이 성공할 수 없다.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 /chans@sedaily.com

He is...

1936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1976년까지 15년 동안 한은 조사역으로 일하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노태우 정부 시절엔 공직자로 변신해 청와대 경제수석(1988년)과 건설부 장관(1988~1989년)을 맡았다. 대한주택공사·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거쳐 한국은행 총재(2002~2006년)를 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