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창한 영어실력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이 영어 공부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초청 간담회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연설·대담하면서 유창한 영어실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암참 간담회 뿐 아니라 그 동안 각종 국제행사에서 영어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 시장과 영어의 인연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1학년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그는 영어강사를 했다. 박 시장은 “대학을 그만 두고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입영어 강의를 했다”면서 “강사 학원가에서는 나름대로 좋게 평가를 받아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어강사 시절 박 시장 강의의 인기가 높아지자 영어책 출간 권유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영어실력을 갖춘 상태라 문법과 단어를 가르치는 학원강사도 했지만 듣기와 말하기에서는 박 시장도 벽에 부딪쳤다. 특히 영국에서는 영어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1993년쯤 영국으로 잠시 공부를 하러 갔는데 영국인들이 하는 말을 거의 못 알아들었고 TV를 봐도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우선 영어자막이 나오는 캡션TV라는 것을 구입해 TV를 봤는데 역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듣기가 돼야 말하기도 된다고 생각해 라디오를 영어공부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영국에서 라디오를 꾸준히 들으니 조금씩 영어가 들리고 또 말도 트이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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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온 박 시장은 나름대로 영어공부를 하는 노하우를 습득했다. 그가 조언한 영어공부법의 핵심은 △영어로 말하기를 주저하지 말라 △‘메이크’(make)라는 단어를 많이 활용하라 △관용어를 많이 외워라 △단어는 그 쓰임새를 문장과 함께 공부하라 △우수한 영어연설문을 외우라 등이다.
그는 “한국은 영어교육 환경이 좋아 요즘 사람들은 거의 영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함에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데 과감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며 “또 영어로 말하다 보면 make라는 단어가 상당히 많이 쓰이는데 이 단어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 스티브 잡스의 연설 등 명연설이라고 하는 것들을 통째로 외워보라”며 “외워놓은 연설문을 바탕으로 자신이 필요한 단어를 끼워 넣으면 의사표현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미국 CNN 등 영어권 국가 매체들과도 통역 없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본 영어강사들은 박 시장의 정확한 의사표현과 고급단어 구사 실력에 놀라기도 한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영어 실력 유지 비결은 꾸준한 영어감각 유지다. 그는 “지금도 영자신문을 보고 영어방송을 자주 청취한다”며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비법을 발견하게 되는데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도 외국어의 중요성, 특히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취임한 직후 시청 간부들에게 선진국의 좋은 정책들을 공부해야 하는데 이왕이면 영어원서를 놓고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해 당시 서울시 간부들이 긴장했었다는 후문이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외교가 중요하고 대외무역이 절실한 나라에서는 외국어 습득은 필수이고 특히 영어는 곧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엔 영어공부는 물론이고 일본어와 중국어도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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