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뒤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비핵화 논의의) 최종 목적지, 즉 ‘엔드 스테이트’나 로드맵에 대해서는 우리(한미)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다음주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실 차장으로 첫 번째 방미였고, 제 상대방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과 정상 간의 의제 세팅을 논의했다. 대화는 아주 잘됐다”며 정상회담의 전망을 낙관했다. 앞서 김 차장은 한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워싱턴DC를 방문했으며 1일 카운터파트인 쿠퍼먼 부보좌관과 회담했다.
김 차장의 방미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한미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비핵화 방식과 상응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뤘는지 여부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포괄적 로드맵 마련 후 점진적 이행이라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미는 이에 대한 논의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차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미국 측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상응 조치는 한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노딜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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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다. 최근 연이어 북한 선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정유 등을 불법 환적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점도 제재완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해상에서 정유 등 석유제품을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파나마 국적의 선박 K호를 한국 정부가 억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이어 북한의 해상 불법 거래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 내에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로드맵 마련을 설득해야 할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대북특사를 파견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 차장은 ‘특사 파견 시기가 한미회담 이전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코멘트를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대북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깜짝 대북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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