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회주의 열풍에 일침을 날렸다.
다이먼 CEO는 4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51쪽짜리 필독 서한에서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경제적 자산은 점차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되고 비효율적인 기업과 시장, 엄청난 편파성과 부패로 이어진다”며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경기 침체와 부패, 그보다 더한 사태도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규제 없는 자유로운 자본주의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자유와 자본주의는 결국 연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공한 기업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성공한 기업이 없는 나라들은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일자리가 아주 적은 성공하지 못한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단순한 원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다이먼 CEO가 이러한 언급을 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 정가를 달구는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킨 좌파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야당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달리는데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뉴욕시의 아마존 제2 본사 유치 계획을 백지화시키는 등 최근 미 정계에는 사회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에서 야당을 겨냥해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며 재선을 자신하기도 했다.
다만 다이먼 CEO는 최저임금 임상, 부자 증세 등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슈들을 지지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교육 기회와 사법 정의가 미국인들에게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다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 노동자의 40%가 시간당 15달러 미만의 시급을 받고 정규직의 5%는 최저임금 이하밖에 받지 못한다. 이는 생계에 적합한 임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미국의 교육·의료·규제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자는 ‘미국판 마셜플랜’도 제안했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의 재건을 도운 미국의 경제원조 계획이다. 다이먼 CEO는 “내가 오늘 하루 왕이라면 사회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할 것”이라며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히는 다이먼은 한때 대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은 물론 갈수록 급진적인 성향이 짙어지는 민주당에서도 후보 지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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