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오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대 11조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온실가스 감축의 방편으로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발전소보다 태양광·육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집중하는 탈(脫)원전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탈원전정책을 유지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만 적게는 수조원에서 최악의 경우 10조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자칫 ‘투자금액 증가→전기요금 인상→서민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을 통해 총 5,780만tCO2eq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수정안에서 앞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및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감축목표로 확정한 2,370만tCO2eq에 더해 잠정적으로 3,410만tCO2eq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경제성보다 환경비용을 우선하는 ‘환경급전’ 등으로 추가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정부가 탈원전정책에 따라 태양광·육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설 경우 막대한 투자비용 증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거래소가 내놓은 ‘포스트 2020 전력 부문 온실가스 대응방안’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이산화탄소 1톤당 한계감축비용은 19만7,529원에 달한다. 한계감축비용이란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기존 시스템에 기술적 변화를 주거나 연료를 변경할 때 추가로 들어가는 단위당 비용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이산화탄소 1톤당 20만원 가까이 쓰인다는 것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은 이산화탄소 1톤당 한계감축비용이 3,972원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감축 목표량이 5,780만tCO2eq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태양광발전소 추가 건설에는 총 11조4,171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반해 같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에 도달하는 데 쓰이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비용은 2,295억원으로 태양광발전소의 50분의1에 불과하다. 육상 풍력발전소 추가 건설의 경우도 한계감축비용은 12만3,014만원으로 원자력발전소를 크게 웃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CCS(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 설치 등 시스템 변화를 주는 데 드는 한계감축비용(8만6,373원)도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에 비해 비경제적이다.
김 의원은 “원자력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대기환경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보다 우수하다”며 “원전이나 석탄을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바꾸면 비용이 늘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에너지 전환으로 추가 재정 부담을 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의 지난해 매출액은 60조6,276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80억원, 1조1,74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이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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