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9일 “죄송하다”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하 씨는 이날 오전 1시 30분께 유치장 입감을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수원남부경찰서로 압송됐다. 그는 흰색 셔츠에 베이지색 점퍼와 회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수원남부경찰서 정문에 들어섰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답했다.
하 씨는 전날 오후 4시 10분께 서울시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체포됐다. 하 씨는 최근 자신의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체포 이후 하 씨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해 조사를 벌여 하 씨로부터 혐의를 일부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으며 날이 밝는 대로 하 씨를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미국 출신인 하 씨는 1986년부터 국제변호사로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해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서 유창한 부산 사투리와 입담을 선보여 방송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1997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하씨가 지난달 말 마약 판매책의 계좌에 수십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하 씨가 돈을 입금하고 필로폰을 건네받아 이달 초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매한 필로폰의 양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하씨가 과거에도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며 판매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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