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주택 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283만 5,747명으로 전월 대비 15만 8,507명 늘었다. 월별 가입자 증가 폭 기준으로 지난해 9·13 대책 이전인 작년 8월(16만 2,660명)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2월 2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월별 가입자 증가 폭은 올 1월 10만 6,472명까지 늘었고 2월에는 증가 폭이 전달보다 48.9%나 늘어 15만 명을 넘어섰다. 주택청약 종합저축은 지난 2015년 청약저축과 청약예금·청약부금을 일원화한 것으로 현재 유일하게 신규가입이 가능하다.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매월 10만 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했지만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청약제도 개편을 밝히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 내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나머지 25% 역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함께 경쟁해 사실상 유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유주택자의 청약통장 가입이 줄어들고 일부 이탈도 발생하면서 증가세가 꺾였었다. 9·13대책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전월 대비 증가 폭이 8만 8,099명을 기록해 10만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증가 폭이 2만 2,598명까지 추락했다.
가입자 증가 폭이 다시 늘어난 이유는 우선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밖에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고가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낮아, 이를 노리는 현금 부자들의 청약 통장 가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청약제도가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보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고 새 아파트 선호 현상까지 겹쳐 청약 통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청약 통장이 내집마련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30~40대를 중심으로 가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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