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손잡고 미래세대를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산학협력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외장 디자인 스타일링을 다루는 부문을 예술대학이 아닌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맡아 특히 눈길을 끈다.
UNIST는 이 대학 디자인·인간공학부의 정연우 교수팀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진행한 산학협력과제에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파트너로 선정된 UNIST는 ‘i 세대를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외관 스타일링’이란 주제를 내걸고 현대차와 함께 4월부터 7개월간 진행한다.
i 세대는 1995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세대를 일컫는다. 정연우 교수팀은 이들 세대의 생활양식과 소비문화를 반영한 자동차 외관 디자인을 계획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주로 활용하는 해시태그를 모아 분석하고, 이 세대들을 설명하는 주요 단어와 어울리는 자율주행 콘셉트를 살피면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사진 속 예시처럼 i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지쳐 현실 같은 직접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조사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따라 이 분석을 바탕으로 ‘실제 경험(Real Experience)’이라는 핵심어를 도출한 뒤 그와 어울리는 자율주행차 외관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i 세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또 다른 해시태그로 가취관, 취향살롱 등이 있다. 이것들을 통해 이 세대들이 학연이나 지연 같은 사회적 관계 기반의 공동체보다 취향 중심의 공동체를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해 어떻게 하면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지 고안할 계획이다. 여기에 i 세대는 휴식 공간과 일하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이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부분도 고려해 설계할 예정이다. 가심비라는 해시태그도 있다. 이것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한다.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과도 통한다.
정연우 교수는 “아직 시작 단계로 불확실한 게 더 많지만, 전체 방향성은 i 세대의 소비문화와 심리를 반영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 과학기술원과 함께 진행하는 첫 외장 디자인 스타일링 사례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축적된 UNIST의 디자인 역량과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운송수단 디자인에 특화된 연구실의 경험이 과제 선정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팀은 현재 경기도에서 운행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버스인 제로셔틀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둥그스름한 누에고치를 닮아 화제가 된 11인승 제로셔틀은 지난해 9월부터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와 판교역 사이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또 2017년에는 만도와 함께 개발했던 모듈형 사륜 전기자전거, 8개 국가연구기관이 공동연구하는 차세대 운송수단 하이퍼루프 디자인으로 다수의 디자인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LG전자와 개발했던 로봇 유모차 베이비킹으로 스파크 디자인상 대상을 받은 바 있다. 2015년에는 신개념 수상동력정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서비스 솔루션 전문업체인 이빛컴퍼니와 손잡고 오래된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개발 부분을 지원하기로 협약했다.
정연우 교수팀은 최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 체이스클레어(ChaiseClaire)라는 신개념 운송수단으로 본상을 받기도 했다. 체이스클레어는 무겁고, 힘들게 바퀴를 밀어야 하는 휠체어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운송수단이다. 그래핀과 고탄성 매쉬 소재를 이용해 무게를 줄이고, 전력으로 구동을 돕는 인휠 모터를 장착해 힘이 약한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개념도 이번 프로젝트에 접목시킬 생각이다.
실제 체이스클레어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양산화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실제 사용될 작동방식, 인체공학적 형태, 조립 구조를 고려한 설계까지 진행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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